― 매일 던지는 투수들이 더 위험한 이유
야구를 보다 보면 이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듭니다.
“선발 투수는 100구를 던지면 바로 교체되는데, 불펜 투수는 왜 거의 매일 나올까?”
“짧게 던지니까 괜찮은 것 아닐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불펜 투수 역시 혹사당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선발보다 더 위험한 환경에 놓이기도 합니다.
다만 그 방식과 누적되는 부담의 형태가 다를 뿐입니다.

불펜 투수는 ‘짧게 던지니까 안전하다’는 오해
불펜 투수는 보통 한 경기에서 10~25구 정도를 던집니다.
이 수치만 보면 선발 투수의 80~100구에 비해 훨씬 적어 보입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짧게 던지니 몸에 부담이 덜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 문제는 한 경기의 투구 수가 아니라, 출전 빈도와 회복 시간입니다.
불펜 투수는 하루 쉬고 던지는 구조가 아니라,
이틀 연속, 사흘 연속 등판하는 경우가 매우 흔합니다.
불펜 투수 혹사의 핵심은 ‘연속성’입니다
투수의 팔과 어깨는 투구 후 최소 48시간 이상 회복 시간이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선발 투수는 이 원칙을 기준으로 4~5일 휴식을 보장받습니다.
반면 불펜 투수는 다릅니다.
하루 20구 → 다음 날 15구 → 그다음 날 10구.
각각은 적어 보이지만, 회복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전력 투구를 반복하게 됩니다.
이런 누적은 눈에 보이지 않게 관절과 인대에 피로를 쌓습니다.
그래서 불펜 투수의 부상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워밍업 투구는 기록에 남지 않습니다
불펜 투수 혹사를 이야기할 때 가장 자주 간과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워밍업 투구입니다.
경기 중 불펜에서 몸을 풀 때 던지는 공은 공식 기록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경기 등판 전후를 합쳐
하루에 30~50구 이상을 던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접전 경기에서는
몸을 풀었다가 등판하지 못하고 다시 쉬는 상황도 자주 발생합니다.
이 과정에서 팔은 이미 한 차례 소모된 상태가 됩니다.
팀 상황이 불펜 혹사를 만든다
불펜 투수의 혹사는 개인 문제가 아니라 팀 구조의 문제인 경우가 많습니다.
- 선발 투수가 일찍 무너지는 팀
- 믿고 맡길 불펜 자원이 적은 팀
- 시즌 후반 순위 경쟁 중인 팀
이런 환경에서는 특정 불펜 투수에게 등판이 집중됩니다.
“오늘도 이 선수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결국 한 시즌에 70~80경기 이상 등판하는 사례가 나옵니다.
이 수치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불펜 투수의 혹사는 왜 더 늦게 드러날까
선발 투수는 구속 저하, 이닝 감소처럼 성적 변화가 바로 드러납니다.
그래서 관리 대상이 되기 쉽습니다.
하지만 불펜 투수는
“어제는 잘 던졌고 오늘도 괜찮아 보인다”는 이유로 계속 기용됩니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구속이 3~4km 떨어지거나, 팔 통증으로 엔트리에서 말소됩니다.
이 때문에 불펜 투수의 혹사는
문제가 생긴 뒤에야 인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요즘 야구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최근에는 불펜 투수 관리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 연투 제한
- 시즌 총 등판 수 관리
- 특정 이닝 고정 대신 분산 기용
이는 불펜 투수가 ‘소모품’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관리해야 할 자원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마무리하며
불펜 투수도 혹사당할까요?
네, 분명히 혹사당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혹사는 많이 던져서가 아니라, 자주 던져서 발생합니다.
짧은 투구, 잦은 등판, 부족한 회복.
이 세 가지가 겹칠 때 불펜 투수의 팔은 가장 먼저 신호를 보냅니다.
앞으로 불펜 투수가 연투로 마운드에 오를 때,
“또 나오는구나”가 아니라
“얼마나 쌓였을까”를 한 번쯤 떠올려 보셔도 좋겠습니다.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이지만,
기록에 남지 않는 부담도 분명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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